신앙과 자신을 믿는다는 것

신앙과 자신을 믿는다는 것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종교에 대해 어떤 아이랑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우리 집안은 불교 집안인데다 나 또한 믿음은 약할지 모르지만 어느정도 불교 성향을 갖고 있다. 군 생활에서도 불교 군종병을 했었다. 그 아이와 이야기를 하면서 너는 어떤 종교를 믿는지 물어보았더니, 대답은 “없다.”였다.

 나는 종교라는 것을 하나 정도 가지면 좋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그 아이의 대답은 종교보다는 자기 자신을 믿는다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서로 얼굴을 붉힐만한 이야기도 아니었고, 이후에 형도 자신을 믿으라는 둥, 자신을 믿으면 내면의 평화가 온다는 둥 시덥잖은 소리를 하면서 일을 했다.

 그런데 이야기가 끝나고 혼자 있으면서 자신을 믿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세월이 변한다고 해도 아이가 어른이 되는 법이고, 그 애처럼 종교보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강한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부모님께서 이야기를 하시는 것이나 부모님의 지인분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종교를 가지지않은 중장년층의 어르신들은 드물었다는 것이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곰곰히 생각해서 나름대로 결론을 내려보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살아가면서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이 말은 자신의 능력 부족이라는 말도 될 수 있겠지만, 다른 말로는 능력을 벗어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것이 아이에서 어른이 될 수록 말이다.

 

 신앙이나 종교라는 것이 어떠한 실체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증명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사람들이 성인이 되어 홀로 세상과 마주했을 때, 세상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어느정도 무력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들어 직장인이 월급을 많이 받고 싶다면, 그 아이의 주장대로라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기회가 아예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고, 능력을 벗어나 상사와의 마찰 등으로 직장 생활이 꼬일 수도 있는 법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러한 현실에 대해서 어느정도 무지하다. 왜냐하면 든든한 부모님의 품 안에서 편하게 먹고, 자고, 살아가며, 자신의 용돈을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현실이니까. 나 또한 이런 범주에서 벗어난다고 하긴 힘들기에 내가 하는 말을 보고 코웃음을 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것은 내 생각일 뿐이니까.

 당장에 아이들을 가진 부모들만 해도 수능이 다가오면 절이나 성당에 기도하러 가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왜 그러냐? 아이들의 성적은 부모님의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어머니가 주말에 절에 가는 것을 정말 탐탁치않게 생각했는데, 이제는 어느정도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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