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를 따면서 느낀 외조부모님의 마음

2014.08.10 10:30

 "고추를 따면서 느낀 할아버지, 할머니의 마음"

 

 이번 주말에는 가족끼리 놀러가기로 했습니다. 금요일에는 제 인턴도 끝나는 날이고, 동생도 방과후학습이 종료되는 날이기 때문에 토, 일해서 놀러가기로 했죠. 거창하게 놀러가는 것이 아니라, 시골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를 만나러 가기로 했습니다. 올라오는 김에는 할머니를 뵙고요.

 저희 외할아버지께서는 얼마전에 팔순잔치를 하셨는데, 연세가 있으셔서 그런지 항상 걱정이 됩니다. 출발하는 토요일 아침에는 예정보다 더 빨리 출발하게 되었는데요, 전 날 외할아버지께서 밭에서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그러셔서 넘어지셨다고 하셔서 걱정되는 마음에 빨리들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비오는 것 때문에 걱정되셔서 밭으로 자꾸 나가시는데, 저희가 가서 밭일을 다해버려서 밭에 나가지 못하게 해야죠.

 옛날에는 이렇게 나가는 것을 귀찮아했지만, 외조부모를 만나거나 할머니를 만나는 것에는 예외입니다. 제가 군대에 입대하기 정확히 2주일 전에 할아버지가 암으로 투병생활을 하다가 돌아가셨습니다. 돌아가시기 한달 전 쯤에 손자가 군대 전역하는 것도 보셔야한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렇게 가버리시고 말았죠. 그 때 이후로 집안의 어르신들은 뵐 수 있을 때 최대한 찾아뵈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거리가 거리인지라 아침 일찍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점심 시간에 도착했습니다. 그 새를 못참으셔서 외할아버지께서 또 밭에 나갔다고 하셨더라고요. 준비해온 옷을 챙겨입고 바로 고추를 따러 4인 가족이 출동했습니다.

 

이 고추밭에서 새빨갛게 잘 익은 고추만을 골라따면 된다고 합니다. 올라갔을 때는 밭이 상당히 작아보였는데, 따기 시작하니까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리더군요. 각각 한 골씩 맡아서 따면서 계속해서 올라가는데, 마대자루로 2포대가 넘게 나왔습니다. 제 아버지는 농촌 출신이라서 그러신지 저와 동생이 딴 고추를 합한 것의 2배는 따시더라고요.

 

새빨갛게 익은 고추와 아직도 파란 고추들을 골라서 따면서 생각을 했습니다. 외갓집에서 보내주는 쌀, 고춧가루, 양파 등을 받아서 먹는데는 항상 부족함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저희 4명에서 따는데도 이렇게 오래 걸리는데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두 분이서 따시는데는 또 얼마나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얼마나 힘드실까요. 안그래도 연세가 많으셔서 기력이 달리실 두 분인데, 이렇게 고생하셔서 딴 것을 저희가 찾아뵙기만 하면 아낌없이 주시는 것에 감사한 마음 반, 죄송한 마음 반입니다.

 오랜만에 뵙는 외할머니는 예전보다 기침이 잦아지셔서 걱정이고, 외할아버지도 여든이 넘으시고 금요일에는 넘어지시기까지 했다고 하니 참 걱정입니다. 그래도 저희가 오늘 와서 고추도 따고, 겸사겸사 콩도 수확해서 그늘진 곳에 널어놓았으니, 할 일이 그나마 조금 줄어드셨을 것이라는 생각에 약간이나마 안심입니다.

 두분 모두 연세도 있으신데 너무 무리하지 않고,몸을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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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J. 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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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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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8.10 12:18 신고

    손자분이 너무너무 맘이 이쁘시다~! 저 감명 받았어요. ^^
    할아버지 할머니 힘드시지 말라고 고추따고 있는 자식, 손주들 보시면서 정말 따뜻하셨겠어요.
    고추밭 고추도 잘 영글었고 Kritz님 가족들도 너무 아름다우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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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8.11 00:56 신고

    어릴 때 방학할 때마다 외할머니 댁에 내려갔던 기억이나네요..ㅎㅎ
    매일 직접 농사 지으신 과일과 채소 그땐 지겨웠는데.. 이젠 그리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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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8.11 14:51 신고

      ㅎㅎ 나중에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이니까 지금, 열심히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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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8.11 10:36 신고

    어릴 적 방학만 되면 할머니집에 가서 1주일 정도 밭일을 도와주곤 했었는데요.. 그 때는 그 일이 너무 귀찮고 재미없다고 생각을 했느데... 이젠 그 시절이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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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8.11 14:53 신고

      나중에는 하고 싶어도 못하는거니까요 ㅠㅠ
      계실 때 잘 해드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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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8.11 13:10 신고

    kritz님의 따뜻한 글들 정말 좋습니다. ^^
    이번에 가족 모두 수고 많으셨어요.
    할아버지 할머니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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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8.11 15:04 신고

    지금은 만날 수 없는 할머니지만...
    어렸을 때 할머니 텃밭에서 고추따던 기억이 나네요...
    명절 때가 되면 더욱 그리워지는 추억이네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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