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대박나게 해주세요.”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

“수험생들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


"수능 대박나게 해주세요."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 - 1

 

 토요일에 외갓집에 내려가서 힐링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일요일, 중간에 팔공산 갓바위에 들려서 기도하고 가기로 했습니다. 팔공산에 있는 갓바위 부처님은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석불좌상으로 전체 높이가 4m에 이른다는 거대한 석불입니다. 정식명칭은 관봉석조여래좌상. 보물 제431호로 지정되어 있는 이 부처님상은 머리에 거대한 갓을 짊어지고 있기때문에 갓바위 부처님이라고도 불립니다.

 오히려 관봉석조여래좌상이라는 어려운 이름보다,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죠. 물론 석상이 있는 만큼 바로 옆에 선본사라는 절이 있지만, 절보다 부처님상이 훨씬 유명한 곳입니다.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이 유명한 이유는 지성껏 빌면 한가지 소원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데요, 특히나 자녀들의 수능대박을 기원하는 부모님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입니다.

 저는 이런 것을 믿지는 않지만 6년 전, 고3 수험생 시절에 부모님과 동생이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을 찾아가서 “우리 자식 잘되게, 오빠 잘되게 해주세요.” 라고 기도했다고 합니다. 정성어린 기도가 효과가 있었는지, 무사히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6년이 지난 지금, 고3 수험생인 동생의 수능대박!을 기원하기 위해 올라오는 길에 들렸답니다.

 

“한가지 소원을 들어줄테니, 정성을 보여라.” – 갓바위 부처님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께 가는 길은 굉장히 멀고도 험했는데요, 일요일에는 올라가기 직전에 부슬비가 내려서 땅이 젖어있어서 더 힘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곳이니 만큼, 길도 잘 닦여있었는데요, 팔공산 갓바위까지 가는 길에 돌계단이 되어있어서 흙길을 밟는 고생은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돌계단으로 되어있다 하더라도 가파른 곳은 심하게 가파르기 때문에 걷는데 많은 주의가 필요했죠.

 가끔씩 내려오다가 다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될 만큼 가파른 곳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의 고생은 해야지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일까요? 기상이 좋지 않음에도 우의를 입고 올라가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생각해보니 11월에 수능을 보기 때문에 수능100일기도로 많이들 찾을 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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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라가는 동생과 아버지, 이 길은 무난한 길입니다. 나중되면 좁고 가파른 길이..

 

제 동생 대입, 대박나게 해주세요!

 정상에 올라가서 갓바위 부처님을 만나고 든 생각은, ‘그 옛날에 어떻게 저 높은 곳에 올라가서 조각 할 생각을 했을까?’였습니다. 그 당시에 산세는 지금보다 훨씬 험준했겠지요. 오로지 불심으로 7m에 달하는 석불을 조각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하다가, 동생을 위한 기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체력이 달리시는 어머니께서도 동생을 위해서 힘겹게 부처님 앞까지 올라오셔서 기도하시더군요. 이렇게까지 열심히 해주시는데, 수능 망치진 않겠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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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바위 부처님 앞의 선본사

 모든 것이 좋았으나 한 가지 불편한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갓바위 부처님 앞에 있는 선본사의 존재였습니다. 부처님 앞에 절이 있고, 스님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선본사는 자식들을 위해 기도하는 부모님의 마음을 너무 이용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올라가는 길에 온갖 현수막들이 있었고, 수능 기도 법회, 수능100일기도(30만원이었나..?)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부처님을 찾아온 사람들의 돈을 가져가려고 하더군요.

 갓바위 부처님까지 가는 길 3군데에 절이 있었는데, 각 포인트 지점마다 절하는 곳과 양초 파는 곳이 있었고, 곳곳에는 불전함이 있었습니다. 스님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돈을 밝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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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저희들을 지켜봐주세요.

 하지만 불편함 등을 감수하고서라도 갓바위 부처님을 보러올 가치는 충분했습니다. 먼 옛날 조상님들이 피워낸 문화의 정수를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1000년이라는 세월에도 한점 흐트러진 곳 없이 인자하게 웃고 계시는 부처님. 저희들을 지켜봐주고 계신 것 같아서 든든한 마음입니다.

 부처님 앞에서 바라보는 자연 풍광은 아름답기 그지없네요. 이 앞에서는 온갖 근심과 걱정을 모두 잊어버릴 수 있을 듯 합니다. 갓바위 부처님은 항상 이 녹색 물결을 지켜보면서 저희들의 안녕을 기원해주고 있으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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