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삶을 살고 싶었던 남자 – 빅 픽처

영미 소설,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픽처

 


자신의 삶을 살고 싶었던 남자 - 빅 픽처 - 1

 

 판타지 소설에 보면 흔한 내용이 있다. 어쩌다보니 다른 세상에 날아가고, 다른 사람의 몸을 차지하여 그 사람을 연기하며 살아간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거기에 타인의 몸을 강탈했다는 생각,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같은 것들은 당연하게 나오지 않는다. 왜냐면 판타지 소설은 유희를 위한 소설이니까. 가볍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 남자가 있다. 이 남자는 능력있는 변호사에 예쁜 아내와 아들도 지니고 있으며, 나름대로 성공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는 모습을 가졌다. 그럼 이 남자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위의 남자는 빅 픽처의 주인공인 벤 브래드포드다. 그에겐 꿈이 있었다. 바로 사진가가 되는 것. 그러나 집안의 반대로 인해 변호사의 길을 걸어야 했으며, 결국 사진가가 되겠다는 꿈은 값비싼 카메라 장비들을 구입하고 만져보는 것으로 끝나버렸다. 게다가 지금은 아내와의 사이도 좋지 않다. 벤 브래드포드가 어쩔 수 없이 사진가의 꿈을 접어야했듯이, 그의 아내도 그와의 결혼으로 인해 작가의 꿈이 좌절되었다면서 그를 원망한다. 아무런 열정이 없는 일, 집에 돌아오면 시작되는 부부싸움. 지금 그의 삶 속에서 행복은 무엇일까?

 벤과 사이가 소원해지고 있던 그의 아내 베스는 이웃집에 사는 가난한 사진가인 게리와 불륜에 빠지고 만다. 그리고 벤은 어느 날 불륜을 목격하고 만다. 목격한 그날 밤, 벤은 게리를 찾아간다. 거기서 자신을 비웃는 게리를 우발적으로 살해하고 만 벤은 완전 범죄를 기도한다. 벤의 인생을 지워버리고 게리라는 남자의 신분으로 일생을 살아가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더글라스 케네디라는 사람의 소설은 이것 밖에 보지 못했다. 모멘트라는 소설도 읽어보고 싶었으나 기회가 없어서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빅 픽처라는 작품 하나만으로도 더글라스 케네디가 얼마나 뛰어난 작가인지 알 수 있었다. 누구나 다른 삶을 살아보는 것을 꿈꿔보았을 것이다. 필자도 그렇다. 고등학생 때 시험이 끝날 때마다 후회하고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고, 지금도 지난 뒤에 후회하는 일이 많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그러한 우리의 열망을 소설 속에 투영시킨 것은 물론, 그 와중에 나타나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멋지게 그려냈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나와 함께 학교를 다녔던 거의 모든 아이들에게 ‘성취’라는 말은 단 하나의 의미, 즉, ‘큰돈을 벌다’라는 뜻으로 통했다. 백만 달러 단위의 연봉. 계급 사다리의 맨 위쪽에 오르거나 안정적인 전문직에 뛰어들어야만 얻을 수 있는 돈. 나는 아버지가 제안한 로스쿨 예비과정을 마쳤지만(틈을 내 사진 수업도 들었다), 마음속으로 늘 다짐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아버지에게 더 이상 생활비를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면 ‘성취’라는 말과 완전 작별하겠다고.

더글라스 케네디,「빅 픽처」p26~27 中

 

 프랑스에서 이 소설로 영화를 제작 중에 있다고 한다. 제목은 「자신의 삶을 살고 싶었던 남자」
상영되면 꼭 한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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