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2033 – 인류의 마지막 피난처

러시아 소설, 메트로 2033 리뷰

 오늘은 러시아 소설을 리뷰해볼까 합니다. 교보문고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된 메트로 2033. 솔직히 이 이름을 접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기에 나도 모르게 선뜻 손이 갔고, 15,000원이라는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망설임없이 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 책을 들고 서점 밖으로 기분좋게 나오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지름신이 강림해서 샀다고는 하나 이 책을 읽은 것을 후회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할 수 있죠. 독특한 설정에다가 작중 분위기 때문에 시종일관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게 되더군요.

메트로 2033 - 인류의 마지막 피난처 - 1

 저자는 드미트리 글루코프스키라는 사람입니다. 사진으로 보니까 꽤나 젊어보이는 나이군요. 메트로 2033을 통해 러시아 작가들 중에서 정상의 위치를 차지한 사람입니다. 생각도 못했던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훌륭한 소설을 만들어냈다는데에 저도 찬사를 보내는 바입니다. 글루코프스키를 추앙한 다른 작가들이 메트로 2033의 스핀오프격인 소설들도 출판하고 있다고하니, 그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쉬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멈춘 것이 아니라, 얼마 전에 게임으로 발매되기도 했습니다. 크라이시스를 능가하는 최고 사양으로 알려져 있지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메트로 2033. 작가는 이미 작년 2009년에 연작인 메트로 2034를 발표했고, 그 또한 베스트셀러에 위치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끌고 있는 메트로 2033. 과연 어떤 소설이기에 이렇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일까요? 사뭇 궁금해지지 않으십니까? 여러분도 메트로 2033의 세계에 빠져보세요!

 메트로 2033이라는 제목을 보면 아, 이것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겠구나! 하고 짐작되는 것이 있을 겁니다.  네, 있습니다. 당연하겠지만 지하철입니다. Metro라는 단어에 이미 정답이 무엇인지 짐작하셨겠죠..정말 제목을 잘 지은 것 같습니다. 관계없는 이야기지만 학교에서 과제로 PPT를 제작할 때 항상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목은 내용의 모든 것이 들어나는 것이어야해! 라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 있어서 메트로 2033이라는 제목은 잘 만들어진 제목임에 틀림없습니다. 도대체 메트로 2033이라는 것이 뭘까… 지하철 2033? 무슨 이야기지? 하며 지나가다 제목 때문에라도 한 번쯤 집어볼만한 책입니다.

메트로 2033 - 인류의 마지막 피난처 - 2

▲ 이런 지하철에 대한 이야기라고?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메트로 2033, 뒤의 2033은 서기 2033년을 의미합니다. 즉 이 소설은 근미래의 일을 그려낸 소설이라는 뜻입니다. 어느정도 내용이 짐작이 되시나요? 지하철과 2033년. 이 두 단어가 도대체 뭘 의미하는지, 이 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지 매우 궁금해지지 않으신가요? 해답은 바로 밑에 있습니다.

모스크바 시민 여러분,
그리고 모스크바를 찾은 관광객 여러분!
모스크바 지하철은 평상시에는 교통수단으로 쓰이지만
비상시에는 대피소로 쓰입니다.

-지하철 벽보에서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은 모스크바 지하철입니다. 도대체 지하철을 갖고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려고 하는 것일까요? 해답은 바로 위의 글인 모스크바 지하철의 ‘지하철 벽보’에 나와있습니다. 가까운 미래, 주인공인 아르티옴이 사는 세계는 깜깜한 어둠이 지배하는 곳, 모스크바 지하철의 안입니다. 근 미래에 인류는 전쟁을 일으킵니다. 온갖 무기들이 사용되었고,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인류 최고이자 최악의 무기인 핵까지 사용되었습니다. 그 결과 지상은 방사능으로 뒤덮여 인간들이 살아갈 수 없는 곳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운 좋게도 전쟁의 포화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지하철 속으로 대피했고, 방사능 때문에 지상으로 나갈 수 없는 지금은 지하철이 그들의 주거 공간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렇게 지하철 속에 고립 된 상태로 시간이 흐르자, 사람들은 지하철에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룰들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결과 지하철 역 하나하나가 고대 그리스처럼 자그마한 도시이자, 국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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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수많은 역 하나하나가 도시이자 국가라고?

 고작 몇십년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도, 지상으로는 나갈 수 없는 지금도, 먹을 것이라고는 미약한 불빛에 의지해서 자라나는 버섯과 비쩍마른 돼지밖에 없는 지금에도, 사람들은 끔찍한 비극이 벌써 수백년 전의 일인 것마냥 잊어버린 채로 지하 내에서 서로 세력을 만들어 역끼리 서로 동맹을 맺기도 하고,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아르티옴이 살고 있는 역의 이름은 비데엔차입니다. 비데엔차는 다른 도시와 다르게 꽤 부유한 편이었고, 그들이 만들어 내는 차는 하나의 특산물이 되어 비싼 값에 팔렸습니다. 이렇게 살기 좋은 비데엔차에서도 최근 근심이 생겼는데, 그것은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등장하기 시작한 검은 존재라고 불리는 존재들이었습니다. 아무도 이들의 존재를 몰랐고, 다윈의 진화론의 법칙을 거스른 듯이 갑작스럽게 나타난 이 존재들로 인해, 비데엔차는 겉모습과는 달리 내면부터 점점 공포에 잠식당하고 있었습니다.

 아르티옴은 남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 친구들과 함께 지상에 올라갔다가 괴이한 존재를 보고 놀라 도망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지상과 연결된 통로를 그대로 열어놓고 돌아온 것이었습니다. 아르티옴은 검은 존재들이 나타나게 된 것이 이것 때문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지만 그 누구에도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의붓 아버지의 친구이자 만인에게 존경받는 스토커, ‘헌터’가 비데엔차를 방문했습니다. 방사능으로 오염되고 괴물들이 배회하는 무서운 곳을 돌아다녀 인간에게 필요한 물품들을 갖고 오는 스토커들은 만인의 존경을 받는 존재였습니다. 뛰어난 스토커인 헌터는 아르티옴에게 그 이야기를 듣고는 문을 닫기위해 떠나갔습니다. 떠나가면서 아르티옴에게 남긴 “내가 사흘이내에 돌아오지 않으면 반드시 폴리스로 가라.” 이 한 마디가 평범했던 아르티옴을 운명 속으로 이끌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밤길을 전등의 불빛에 의지하여 걸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렇지 않다면, 눈을 감고 걸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메트로 2033의 분위기는 초조한듯하며, 숨이 막히는 것 같은 기분에 빠지게도 합니다. 불빛 하나에 의지하여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통로 속을 걸어가는 것을 상상해보세요. 생각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히지 않나요? 메트로 2033은 이런 분위기를 잘 살려서 독자들이 책 속에 흠껏 빠져들 수 있도록 해줍니다.

 메트로 2033의 세계는 놀랍습니다. 검은 존재라는 수수께끼의 존재가 등장하기 때문에 괴물들이 주를 이루는 소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책에서 그러한 존재들이 실제로 등장하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아르티옴이 폴리스를 향해 여행하는 도중에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미 옛날에 실패한 파시즘을 신봉하는 파시스트들이 나타나 하나의 국가를 만들지 않나, 구 소련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경제적인 가치만이 최고라고 믿는 한자 동맹(중세의 동맹 명을 그대로 따왔네요.)도 있습니다. 아르티옴은 여행을 떠나며 이 세력들과 관계를 맺기도 하며, 우리의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괴이한 일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이제 아르티옴은 아늑한 보금자리었던 비데엔차를 떠나 폴리스로 향합니다. 비데엔차의 안전을 넘어, 검은 존재들로부터 지하철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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