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모바일 게임 플랫폼 전쟁
근래에 모바일 업계가 시끌시끌합니다. 제목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유는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때문이죠. 원래 네이버와 다음은 경쟁 관계였고, 다음이 네이버를 따라잡기 위해 카카오랑 합병하면서 대립 구도는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이런 두 업체가 다양한 분야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데, 이제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도 그 불이 붙었습니다. 네이버의 라인이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계속해서 성장하면서 모바일 쪽에서도 자신감이 많이 붙었는지 드디어 칼을 빼들고 다음카카오의 독주 체제였던 모바일 게임 시장에 뛰어든 것이죠.
다음카카오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확고부동한 甲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다름아닌 for kakao로 불리는 카카오 군단 덕분이었습니다. 그 옛날 카카오가 카카오톡이라는 무료 메신저를 서비스 할 때, 어마어마한 유저풀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수익이 없었습니다. 그런 카카오가 모바일 게임 시장에 뛰어들면서 폭넓은 유저풀을 무기로 큰 성과를 거두었죠. 바로 대표적인 예가 애니팡입니다.
애니팡은 국민게임이라고 불릴 정도로 큰 흥행을 거두었고, 이후에 카카오를 통해 서비스하는 다양한 게임들이 성공하면서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카카오를 통해야한다는 공식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클래시 오브 클랜의 공격
그러나 이러한 아성을 무너뜨리는 존재가 나타났더니, 바로 클래시 오브 클랜이었습니다. 흔히 COC라고 불리는 클래시 오브 클랜은 슈퍼셀(Supercell)이라는 곳에서 개발한 게임으로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고 있는 게임입니다. 세계적 흥행을 통한 압도적인 자본으로 한국 시장에 상륙하게 되었는데, TV·지하철·유튜브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광고를 선보였죠.
▲ 클래시 오브 클랜 광고 – 앵그리니슨52의 복수 편
이러한 광고의 힘 덕분인지, 순식간에 iOS와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1위에 올라서서 한참이나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게 됩니다. 자본의 힘이 아니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이를 통해 네이버는 하나의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슈퍼셀처럼 좋은 콘텐츠가 있고, 사람들의 시선을 현혹시킬 수만 있다면 카카오의 아성을 깨뜨릴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죠. 또한 이 사실을 입증하듯이 캔디크러시소다, 히어로스 차지 등의 해외 게임들 또한 단독 앱으로 출시되어 성공을 거뒀습니다.
전쟁을 위한 준비 : 라인 레인저스의 등장
그러나 다음카카오와 대결하기 전에 네이버는 자신이 확인한 사실을 검증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등장한 것이 바로 라인 레인저스라는 모바일 게임입니다.
네이버의 장점이라면 다름아닌 모바일 포털 시장의 어마어마한 점유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는 인터넷이 사람들과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된 이상, 네이버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한 것이죠. 라인 레인저스를 통해 COC의 성공 공식 그대로를 재현해봤습니다. 동영상 광고, 게임성 등등… 그리고 라인 레인저스 또한 나름의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애당초 라인이라는 서비스가 한국보다는 해외를 더 많이 신경쓰는 서비스이니만큼, 라인 레인저스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라인에 대한 인지도를 쌓는 무기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국내 게임 시장에서의 성공은 부차적이었을 것입니다. 오히려 국내에서의 주목적은 라인 서비스의 보급이었겠죠.
라인 레인저스가 성공을 거두고 나서, 이번에는 다음카카오와의 결전을 위한 또하나의 무기를 슬며시 꺼내듭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궁금하면 아래로!
전쟁을 위한 준비 : 소셜 로그인
그 다음에 등장한 것이 바로 소셜 로그인 서비스로의 진출입니다. 얼마 전에 네이버는 구글과 페이스북을 노린듯한 모습으로 소셜 로그인 서비스를 슬며시 제공했습니다. 소셜 로그인이 뭐냐고요? 게임을 하다보면 가끔씩 보이지 않습니까. 페이스북이나 구글+ 아이디로 간단하게 로그인 할 수 있는 게임들 말이에요.
이는 for kakao보다 더 큰 범주로 볼 수 있습니다. 카카오톡을 통해서만 게임을 할 수 있었던 게임과 달리, 네이버 아이디만 있으면 손쉽게 게임을 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이는 지난 번 검찰의 카카오톡 감청 사건을 통해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그 사이를 파고드는 역할을 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카카오톡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게임! 그리고 요즘에 네이버 아이디가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범용성에 있어 매우 뛰어난 것이죠.
전쟁의 시작 with 넷마블
그리고 이제 남은 것은 바로 하나. 훌륭한 컨텐츠를 갖고 있는 게임입니다. 라인 레인저스가 어느정도 성공을 거두었다고는 하지만, 네이버는 게임 회사가 아닙니다. 게임만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다른 회사들에 비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볼 수 있죠. 네이버가 다음카카오에게 은밀하면서도 치명적인 일격을 가할 수 있는 게임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넷마블이었습니다. 넷마블은 카카오 군단의 선봉장으로 대표되는 게임 회사입니다. 몬스터 길들이기, 세븐나이츠, 모두의 마블 등은 for kakao 라는 꼬리표를 달고 나온 게임들이고, 이 게임들의 공통점은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는 것이죠. 만약 이러한 메이저 게임 회사가 카카오로부터 등을 돌린다면?
철벽으로 만들어진 카카오의 아성도 흔들릴 수밖에 없겠죠.
넷마블이 for kakao를 통해 성공을 했다고는 하지만, 본디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회사. 더 나은 조건이 있으면 옮겨가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겠죠. 플랫폼을 갖고 있는 회사들이 그렇듯이, 다음카카오 또한 수익의 일정량을 요구했습니다. 구글에서 안드로이드 마켓을 제공하면서 전체 수익의 30%를 떼가고, 남은 수익의 30%를 다음카카오에서 또 떼가는 것이었죠. 게다가 다양한 제약조건을 통해 게임 업체들의 숨통을 쥐고 있었다니까요!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고심하고 있던 넷마블에게 이것은 너무 악조건이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네이버의 손길은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네이버는 다음카카오보다 10% 적은 20%만을 요구하였고, 네이버 앱 마켓을 통한 매출에서는 10%만 요구하여, 개발사가 80%나 가져갈 수 있어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가 있었습니다.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이 이득일까요? 이미 컴투스와 같은 다른 게임사들도 카카오를 벗어난 채로 많은 수익을 거두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죠.
네이버와 넷마블, 그리고 레이븐 with NAVER
결국 넷마블은 네이버와 손을 잡게 됩니다. 그리고 네이버에서는 넷마블이 준비하고 있던 초대형 모바일 게임, 레이븐을 손에 넣게 되죠. 레이븐은 3종의 캐릭터와 5개의 클래스, 1천여개의 장비를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모바일 RPG입니다.
레이븐은 넷마블에게 있어서도 탈카카오의 아쉬움이 없는 게임이었는데, 소셜 네트워크를 중시하는 카카오의 게임 특성과 달리, 하드코어한 RPG라는 특성은 for kakao의 장점들이 거의 무용지물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그토록 손잡아주길 원하는 네이버와 함께 하는 것이 더 이득인 상황이 된 것이죠.
그리고 12일 출시 하루만에 국내 iOS 앱스토어 인기 1위에 올랐고, 18일 기준에는 최고매출 1위까지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구글플레이에서도 무료 앱 순위 1위에 오르게 되죠. 안드로이드와 iOS 두 마켓에서 1위를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
다음카카오의 대응?
현재 다음카카오 측에서는 유력 게임사들에게 유료 마케팅 상품인 스티콘을 제공하고, TV 광고를 포함한 수억 원의 외부 마케팅 비용까지 지원한다는 제안을 했다고 합니다. 스티콘의 효과는 다양한 게임들을 통해 검증되었고, TV 광고야 말할 것도 없죠. 다음카카오 측에서는 네이버로 인해 흔들리는 아성을 굳건히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네이버에 억눌려서 항상 2위로 살아온 다음이야 말할 것도 없고,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 하나만으로 성장한 카카오에게서도 플랫폼의 점유율 문제는 아주 크게 와닿을 것이니 말입니다.
당장 다음카카오 측에서는 여러가지 당근들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러한 당근들을 받지 못하는 중소게임사들의 이탈이 예상됩니다. 카카오에 입점하는 게임들이 많아지면서 for kakao의 효과도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려오고 있기 때문에 카카오에 입점할 필요성에 의문을 갖는 회사들 또한 늘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비싼 수수료를 내면서 for kakao를 달아봤자 큰 효과도 받지 못한다면, 차라리 단독 앱이나 with NAVER가 더 끌릴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죠.
글을 마치며
모바일 게임 플랫폼을 둔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대결. 어떻게 흘러갈지 굉장히 흥미진진합니다. 일단 네이버에서 시장의 일부분을 빼온다는 것은 확실한 것이고, 다음카카오가 얼마나 대처를 잘해서 점유율의 손실을 최소화할 것인지… 그 결과를 통해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다음카카오에서 승리를 거둔다고 해도 웃는게 웃는 것이 아닐 것 같네요. 얼마냐의 차이일 뿐, 이탈 그 자체를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