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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후기 – 그래서 열정이 어디있죠?

 

제목은 어디서나 큰 역할을 합니다. 책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드라마도 그렇고. 심지어 사람의 이름도 그렇죠. 그런 면에서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의 제목은 훌륭합니다. 흔히 우리가 삼포세대라고 불리고 있는 현재 20-30대의 젊은이를 대변해줄 것만 같은 영화이죠.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후기 - 그래서 열정이 어디있죠?

하지만 좋은 것은 제목 뿐이었습니다. 친구가 영화를 보자고 할 때 제목을 보고 기대를 했지만, 이 영화는 훌륭히 제 기대를 배신하는 영화였습니다. 재미? 재미라면 있지만, 보고나서 아무것도 전달해주지 못하는 의미없는 영화라고 생각이 됩니다. 도대체 이 영화가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후기 - 그래서 열정이 어디있죠?

박보영이 연기하는 영화의 주인공 도라희. 잘못 읽으면 또라이. 그녀의 행동은 마치 또라이와 같습니다. 스포츠 동향에 수습 기자로 들어와서 입사 첫 날부터 휴가는 언제인지 찾지 않나, 말도 안되는 헛짓들을 합니다.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후기 - 그래서 열정이 어디있죠?

그러다가 성격 더럽고 무서운 연애부 부장에게 욕을 있는대로 얻어먹고 구박을 받습니다. 이 부장으로 말할 것 같으면 성격이 얼마나 더러운지 입사 첫 날부터 전화기를 바닥에 깨는 멋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흔히 말하는 못된 상사의 전형으로 나타나죠.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후기 - 그래서 열정이 어디있죠?

이런 사람 밑에 있으면 처신 똑바로 하려고 노력이라도 하겠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 도라희는 그런 것 없습니다. 국장한테 전화가 왔는데 전화를 개떡같이 받아서 국장이 노여워하니까 책상 밑으로 기어들어가는 저 모습을 보세요. 불쌍하긴 커녕, 한심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런 여자에게서 어떠한 열정을 발견할 수 있나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열정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자신을 갈고닦으려고 노력하고 똑바로 행동하려고 처신하고, 빠릿빠릿하게 행동하는 모습에서 “저는 열정이 있습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거지, 행동도 고치지 않고 막무가내로 부딪친다고 열정이 있다는 소리는 하지 않습니다. 그 말은 진짜 열정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모독입니다.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후기 - 그래서 열정이 어디있죠?

위 이미지를 보세요. 이미지만 본다면 회사에 적응 잘하고 활기찬 모습 같죠? 사실 그런 것도 아닙니다. 유명 연예인 취재를 갈 사람을 구하니까 뭣도모르고 김우X? 이러면서 좋아서 손을 드는 모습입니다. 심지어 자신을 향한 분위기가 그렇게 우호적이지도 않은데도 TPO 하나 구별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후기 - 그래서 열정이 어디있죠?

학교 선배 한 명 잘 만난 것만이 그녀의 행운입니다. 이 선배는 부상투혼으로 하면서도 취재를 하고 특종을 따내려고 노력하는 사람으로 그 행동이 옳다고는 하지 못하겠지만 일에 대한 열정이 보이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런 선배 한 명 잘 만나서 우연히 특종을 건지고 순식간에 연예부 귀염둥이로 등극합니다.

이후에는 기자로 일하면서 우연히 거대한 음모를 발견하게 되고 거기서 자신이 무슨 역할을 할 지 결정하는 내용입니다.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어떻게 결말이 났는지 다 아시겠죠. 그렇다면 묻고 싶습니다.

도대체 이 영화에서 어떻게 열정을 논할 수 있다는 것일까요?

(위에도 스포일러지만 아래는 더 큰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개념이 탑재되지 않은 여자 한 명이 어렵게 회사에 수습기자로 들어가서 온갖 헛짓거리를 다 하다가 선배 한 명 잘 만나서 특종하나 잡고 승승장구하다가 거대한 음모를 만나게 됩니다. 음모의 주체자에게 협박도 받고 내적인 갈등도 어느정도 겪지만 그런거 다 필요 없이 결국 사건은 깨끗하게 해결.

영화를 보고나서 든 생각은 이거였습니다. “그래서? 결국 열정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후기 - 그래서 열정이 어디있죠?

열정같은 소리 하고 있네라는 타이틀처럼, 열정이 전혀 통하지 않는 비정한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줄 알았더니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욕하던 부장은 사실 내면이 따뜻한 남자로 자기 부하들을 열심히 챙기는 멋진 상사의 모습으로 변하게 되며, 음모를 꾸미던 소속사 사장은 결국에는 ‘우연’과 ‘우연’이 겹쳐서 ‘신의 철퇴’를 맞는 모습으로 끝납니다. 이 와중에 주인공이 한 일은 ‘들이대기’ 뿐. 비정하고 무서운 사회의 모습은 없고, 모든 상황은 주인공을 위해 내려진 하늘의 선물일 뿐입니다.

결국 이 영화가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열정같은 소리 하고 있네가 아니라, 열심히 들이대기만 하면 ‘하늘이 도와줄 것이야.’라는 메시지였습니다. 마치 시크릿에 나오는 말처럼 우주가 도와주고, 박근혜 대통령의 말처럼 우주가 나서 도와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상사들 대부분이 겉은 무섭지만 마음은 따뜻한 남자인가요? -> 그냥 개차반인 상사가 더 많을 듯합니다.

주인공처럼 행동하면 어떻게 될까요? -> 열정이 넘치는게 아니라 개념X 또라이입니다.

이 여자는 무책임합니다. 영화 말미에서는 증거는 없지만 열심히 들이대서 시간을 벌고, 그 사이에 사고를 당한 배우가 깨어나서 운 좋게 소속사 사장을 구속시키는데 성공합니다.

그러나 실패했다면? 자신은 물론 안그래도 달랑거리던 소속 연예부의 생명까지 박살내버릴 행동이었죠. 자신이 결과를 책임질 것도 아니면서 무책임하게 저질러보자.라는 생각입니다. 이런 것을 열정이라고 보긴 어렵지 않나요?

  • 삼포세대를 대변하는 것도 아니고 주제가 무엇인지 궁금한 이야기.
  • 열정이라는 주제를 놓고 열정을 말하지 않는 기묘한 영화.
  •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영화에게 돌려주고 싶습니다. 과연 그 말을 쓸 영화라고 생각하시나요?

열정이라는 단어를 아무데나 붙이지 말아주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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