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꼭 봐야할 영화 - 아메리칸 뷰티 리뷰

죽기 전에 꼭 봐야할 영화 - 아메리칸 뷰티 리뷰 - 1

“소박하게 살아온 내 인생의 모든 순간들에 대하여”

소박하게 살아온 내 인생의 모든 순간들에 대하여. 여러분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렵나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언젠가는 알게 될 테니까.

영화 「아메리칸 뷰티 American beauty」 中

케빈 스페이시 주연의 1999년작 영화 아메리칸 뷰티는 포스터에서 알 수 있듯이 아카데미 8개부문 수상이라는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엄청나게 재미있었...나?'하는 생각과 함께 이게 그렇게 많은 수상을 할 만한 작품인지 의문을 품었습니다.

보면서 영화의 결말이나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의문이 많이 들었고, 여러가지 리뷰들도 참고해보고 다시 몇 번을 돌려보았습니다. 여기서 리뷰들 대부분은 미국 중산층의 허위의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과연 허위의식이란 무엇이고, 이 영화는 그것을 전하려고 했던 것일까? 나름대로 생각해보며 리뷰를 작성합니다. 스포일러 많습니다.

허위의식을 폭로한 영화?

먼저 허위의식이라는 것은 정확히 무엇일까.

네이버에 검색하면 나오는 뜻은 “자신의 존재 기반인 현실로부터 떨어져 있어 현실을 올바르게 반영하고 있지 아니한 사상이나 이념. 마르크스주의의 용어이다.”입니다.

이를 미루어 짐작해보면 아메리칸 뷰티에서 미국 중산층의 허위의식이라고 말하는 것은 미국 중산층들이 갖고 있는 이상적인 환경을 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마당이 있는 새하얀 집과 울타리 등과 모두가 바라는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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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은 평범한 중산층이고, 아주 건강한 가정을 이루고 있어요.

그러나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8개나되는 상을 탄 것이 이 건강한 중산층이라는 '일종의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폭로 때문일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회를 풍자하는 영화들은 굉장히 많고, 단순히 중산층을 풍자한다고 해서 8개나 되는 상을 받을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 〈아메리칸 뷰티〉가 인기 있는 이유는 다른 부분에 있지 않을까요?

같은 장소, 다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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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누군가 캠코더로 촬영을 하고 있고, 여인은 아빠를 없애버렸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녀에게 있어 번듯하지 못한 아빠이기 때문입니다. 캠코더로 촬영을 하는 사람은 “내가 없애줄까?”라고 물어보며 그녀는 “그래 줄 수 있어?”라고 반문합니다. 이어지는 장면은 주인공인 레스터 버냄이 샤워실에서 자위하는 충격적인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정상적인 가장이라면 그렇게 좁고 억제된 곳에서 자위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영화 극초반에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은 억압되어 있는 레스터 버냄의 상황과 이를 벗어날 길이 없어 자위로써 대신 해소하는 모습입니다.

그의 딸이나 아내 모두 뭔가가 하나 이상한 모습입니다. 또래의 아이들과는 달리, 딸은 자신을 치장하는데 관심이 없으며, 아내는 성공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러한 가정 속에서 레스터 버냄은 가장이 아닌, 집안에서 한심한 사람으로 대접받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그리고 가족들 모두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그의 모든 의욕을 빼앗아 버립니다. 상황을 벗어나고 싶지만, 이미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체념한 모습입니다. 억압된 그의 심리는 가족과 다시 한 번 화합하려고 시도하면서도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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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으면서도, 상황에 체념한 그의 모습.

그러나 거의 의무감에 가까운 심정으로 갔던 딸의 응원단에서 그는 새로운 자극을 받게 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딸 친구에게 반해버리게 된 것이죠. 이러한 새로운 자극을 통해 레스터는 그 이후부터 삶에 대한 의욕을 찾게 되고, 활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변화하는 레스터와 이웃집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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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터는 기존의 무기력증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이러한 모습은 딸이 아버지를 경멸하게 만드는데 더 크게 작용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변화의 동기 자체가 내 친구에 대한 사랑 때문인 것을 눈치챘으니까요.

또한 그의 변화 또한 방향이 잘못되었습니다. 회사를 때려치우고 패스트 푸드점에 취직하고, 젊은 시절에 피었던 대마초를 다시 피기 시작합니다. 이 때 레스터에게 대마초를 공급하는 인물은 리키라는 소년으로, 이 소년의 가족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굉장히 어그러져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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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억압된 가족들의 모습.

이 쪽도 해병대 출신 아버지인 프랭크를 중심으로 뭉친 중산층 가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단란해보이지만 알고보면 아들인 리키는 정신병원에 간 적이 있고, 어머니는 항상 넋이 나가있는 모습입니다.

레스터의 가족은 추락한 가장의 권위를 보여주며 구성원들이 겉돌고 있지만, 반대로 프랭크의 가족은 가부장적인 프랭크를 중심으로 단단하게 결속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은 두 가정 모두 속이 곪아있다는 것이죠.

이러한 두 가족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중산층의 허위의식. 즉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부각하는 것이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맞습니다. 그러나 사실 자체를 폭로하는 것 말고도, 그 폭로를 통해 이러한 허위의식이 나타내는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지가 이 영화 속에 나타납니다.

가까이 보라.

영화를 보면 레스터가 원래 일하던 사무실의 책상 위에 look closer라는 책 한권이 눈에 띄도록 놓여있습니다.

'가까이 보라.'

가까이서 보면 멀리서 보는 것과는 다른 풍경이 보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이것이 영화가 전하고자하는 본질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영화 속에서 가까이 보려고 노력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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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이 보라.

바로 그 주인공은 프랭크의 아들인 리키입니다. 그는 항상 캠코더를 들고다니며, 일상의 사소한 것에서도 감동을 느낄줄 아는 소년으로 표현됩니다. 그러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그에게도 한계는 있습니다. 캠코더를 통해서 지켜만 보는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캠코더를 통해 본다는 것은 반대로 그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것을 의미하며, 자신과 세상을 분리하여 본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철저하게 관찰자의 입장이 되어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비록 자신의 일이라도 말입니다. 즉, 지켜보기만 할 뿐 실제로 자신의 환경은 전혀 바꾸지 못하고, 종래에는 도망치는 것을 선택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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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버릴 것을 생각한다.

그렇다면 가까이서 보라는 것을 넘어서서 어떤 것이 필요한 것일까. 두 가정 모두의 공통점은 소통의 부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레스터의 가족은 소통을 포기하였고, 프랭크의 가족은 프랭크 이외의 발언은 허락되지 못합니다.

레스터의 가족들은 레스터가 해고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일하는 것에 신경쓰지 않고, 그를 무능력한 인물로만 취급할 뿐이었습니다. 이에 그는 불안과 방황 속에서 자신의 젊은 시절로의 회귀를 꿈꿉니다.

쉽게 말해, 그는 딸의 친구인 안젤라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꿈꾸던 젊은 시절의 그였다면 사랑했을 만한 매력적인 10대 소녀를 사랑하게 된 것이고, 젊은 시절에 폈었던 대마초를 다시 피게 된 것이다. 즉, 과거로의 회귀를 원하게 된 것이죠.

그가 패스트 푸드점에서 일을 하는 것도 아르바이트는 어떠한 책임이나 의무도 갖지 않는 직업이며, 별다른 생각없이 마음 편하게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상황은 계속해서 악화됩니다. 이 와중에 아내는 불륜을 저지르고 그걸 또 레스터에게 들킴으로써 레스터의 가정은 결국 파국을 맞이하게 됩니다.

프랭크의 가족도 자신들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대화는 전혀 없었습니다. 그 결과, 프랭크는 자식인 리키가 게이라고 착각하게 되고 그에게 화를 내게 되며, 리키 또한 프랭크의 오해를 풀려하지 않으며, “당신은 정말 불쌍한 사람이다”라는 말과 함께 집을 나가게 됩니다.

프랭크의 가족은 왜 그런 상황까지 몰렸을까요? 영화를 보다보면 프랭크는 게이처럼 묘사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신의 성벽을 숨기기 위해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아버지를 연기합니다. 그의 아내가 항상 넋이 나가있는 것도, 이러한 프랭크의 모습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결국 프랭크는 리키가 떠남으로써 자신의 가정이 파탄난 직후, 리키와의 만남을 보고 게이라고 착각했던 레스터를 찾아가게 됩니다. 그러나 레스터는 실제로 게이가 아니었고, 자신이 오해했음을 깨달은 프랭크는 자신의 성벽을 감추기 위해 집에서 총을 가져와서 레스터를 쏴 죽이는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것으로 프랭크의 이야기는 끝이 나지요.

그럼 레스터는 어떠한가? 자신이 사랑한다고 착각했던 안젤라와 섹스를 할 수 있는 순간이 되었으나 안젤라와의 대화를 통해 그녀가 남성 경험이 하나도 없는 순수한 소녀라는 것을 앎과 동시에 자신이 멋대로 환상을 심어놓았을 뿐 현실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외면하기만 했으나 결국 현실을 직시하게 된 셈이죠. 자신이 행했던 잘못들을 깨닫게 된 그는, 안젤라를 갖는 것을 그만두고 가족들 곁으로 돌아가고자 하나 프랭크에게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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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터가 죽으면서 시작되는 그의 독백은 그가 사랑하고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처음에는 무슨 뜬금없는 이야기가 등장하여 뭐라고 하는건지 헷갈렸지만,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이것이 진정으로 레스터가 원했던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가 새로 구매했던 자동차는 자신이 꼭 갖고 싶어하던 사촌형의 자동차와 똑같은 것이고, 이후 제인이나 캐롤린을 회상함으로써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해줍니다.

이 영화를 보면 실직의 위기와 가정 내에서 역할이 축소되어가는 중년 남성이 나타납니다. 또한 나이가 먹어감으로써 사회 진출의 욕구가 강해지는 여성이 등장하며, 부모의 관심을 바라는 자녀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런 각기계층의 인물들을 통해 관객들은 은연중에 자신들을 각 캐릭터에게 투영하게 되는데, 이들이 바라던 하나의 '아메리칸 드림'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왜 이렇게까지 비극적인 상황이 될 수 밖에 없었는가?'를 고민하게 합니다.

결국 허위의식을 폭로한 것에 그치지 않고, 관객들이 곰곰히 생각해볼만한 하나의 화두를 던짐으로써 '아메리칸 드림'만을 꿈꾸며 앞만 보며 나아가던 이들에게 Look Closer 할 수 있게 한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Dream이 아닌 Beauty란 무엇인가. 제목인 '아메리칸 뷰티'는 바로 이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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