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3 리뷰 & 후기
친구와 함께 아이언맨3를 보러갔다. 원작만한 속편없다더니 그 말은 아이언맨에는 적용되지 않나보다. 이번 아이언맨 3에서도 토니 스타크 형님께서 속이 시원하게 활약을 펼쳐주신다.
솔직히 이런 히어로물에서는 보는 사람들이 즐겁게 화끈하게 때려부수고, 정의는 승리한다 법칙을 실현해주면 그걸로도 잘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토리는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것이다. 아이언맨이라는 캐릭터를 띄워주는 역할을 하면 충분하다는 것. 물론 그렇다고 스토리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트랜스포머처럼 기획도 병맛, 스토리도 병맛이면 욕을 바가지로 먹겠지만, 스토리는 평타를 치더라도 고객들의 니즈만 잘 파악하고 반영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어느정도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뜻이다.
아이언맨3는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볼거리가 많기 때문! 아이언맨의 영웅적인 행보와 토니 스타크의 익살스러운 모습을 통해 완급을 잘 조절했다고 생각한다. 보다가 빵 터질 때가 간간히 있었기 때문.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2시간이라는 긴 타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불만인 점들도 있었다. 일단 영화가 조금 불친절하다.
아이언맨3에서 토니 스타크는 심각한 불안증세를 안고 있다. 그러나 왜 그런 불안증세를 갖고있는지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나도 보면서 왜 저러는 거지? 라고 생각만하다가 나중에 어벤져스라는 말과 악역으로 나왔던 알드리치 킬리언이 '하늘에서 망치 든 사람이 떨어진 이후로 이젠 아무래도 그런 건 상관없어'라고 말했던 것으로 토니 스타크가 왜 그러한지 짐작했을 뿐이다. 런던에 웜홀이 생겼다고 해봐야, 어벤져스르 보지 않은 사람이 그게 뭔 소린지 어떻게 알 것인가.
또한 아이언맨이라는 것보다는 토니 스타크라는 인간의 행보에 포커스를 맞춘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미 아이언맨2에서 토니 스타크에 대해서 어느정도 다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3편에서도 비슷한 행보를 걷지 않았나 싶다. 결국 토니 스타크와 아이언맨은 3에서 원격조종이라는 형태로 분리된 것을 보고 실망했다.
아이언맨의 많은 슈트들이 2 이후로 토니 스타크가 열심히 개발하면서 만들었고, 상황에 맞춰 적절한 슈트를 입고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줄 줄 알았다. 그런데 저 슈트들이 대량으로 출동해서 깽판을 부릴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나만이 유일무이한 능력을 가졌다는 히어로의 특성에서 벗어난 행위였다. 영웅의 양산이라니 말도 안돼! 이미 토니 스타크의 친구역으로 나온 로디 대령만으로도 불만인데, 이제는 혼자서 움직이면서 적을 처치한다. 그나마 위안인 점은 마지막에 슈트들을 한번씩 입어본다는 것이다.
슈트도 1, 2에서 강력한 능력을 선보여줬던 것과 다르게 3에서는 많이 약해진 모습을 보여준다. 그 동안 많은 진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만든 화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을 보면서 대략 멍했다. 예를 들어 토니 스타크의 집이 부셔졌을 때 나는 그의 연인인 페퍼를 탈출시키고, 슈트를 장착했을 때 이제 헬기들이 끝장날 시간이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현실은 완전히 달랐다. 무너지는 파편들을 붙잡고 간신히 버팅기다가 다 부시고 헬기가 사라짐과 동시에 슬쩍 나타나서 탈출하는 모습이라니. 이후 슈트보다는 토니 스타크의 정비공으로써의 능력으로 위기를 헤쳐나가는 것을 보고 '아이언맨은 도대체 언제?'라는 생각만 잔뜩 했다.
그러나 이런 불만들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언맨3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토니 스타크라는 인물 자체의 익살스러움은 웃음을 자아내고 있고, 여전히 화려한 액션은 지루함을 잊게 만들어준다. 아니, 애초에 지루할 틈이 없게 만들어준다. 또한 중간에 토니 스타크를 도와주는 아이가 나타나는데, 토니 스타크와 그 아이의 대화를 듣다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아이언맨1에서부터 시작된 스토리를 잘 마무리하였다는 점에도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마이클 베이처럼 시리즈를 망친 것도 아니고, 꽤나 준수한 모습으로 끝을 냈다는 점에서 칭찬을 받을만하다. 완결편인데다가 재미도 있으니 아이언맨을 좋아한다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영웅은 멋있고 빛이 나지만, 외롭고 힘든 길을 걸어야 한다. 그래도 이놈은 돈도 많으니 괜찮을 듯.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영화를 보고나서 엔딩 크레딧이 내려가고나면 서비스 영상이 있다고 하는데 안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 긴 크레딧을 참고 견딘 후에 돌아온 보상이 너무 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