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너구리가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인간이 아닌 너구리들이 주인공인데다가 둔갑술같은 것을 쓰는 것이 독특해서 자세한 내용은 기억에 남지 않지만,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이라는 제목 만큼은 기억에 오래 남았던 애니메이션입니다.
아마 학교에서 봤던 것 같은데 학교가 그렇듯 종치면서 애니메이션을 꺼버렸고 그 이후로 본적이 없었습니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이 애니메이션을 발견하게 되었고 다시 한 번 보게 되었습니다.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제목의 폼포코는 너구리들의 연호입니다. 너구리들이 살고 있는 타마 지역에서 자신들의 터전이 인간들의 '뉴타운 계획' 때문에 파괴되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이를 저지하고 더 이상의 개발을 막고자하는 것이 이 애니메이션의 내용입니다. 금지된 술법인 '변신술의 부활'과 '인간연구 5개년 계획'으로 인간들을 파악함과 동시에 개발을 막아 주거지를 지키겠다는 것이 내용입니다.
변신술로 인간들을 몰아내자
너구리들은 변신술을 공부함과 동시에 각 지역에서 변신술로 유명한 너구리를 사범으로 초청하기 위해 사자를 보냅니다. 인간을 몰아내겠다는 일념하에 많은 연습을 하는데, 인간연구 5개년 계획이 시작된지 2년이 채 못되서 터전이 파괴되는 걸 견디지 못하고 인간들을 격퇴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변신술은 그들이 가장 큰 무기였기에, 변신술을 이용해서 피해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산을 벌채당해버린 곤타의 강경파의 주장으로 실질적으로 인간을 죽이고 피해를 주는 방법을 썼으나, 불의의 사고로 곤타가 전치 1년을 당하면서 노선을 바꿔 각종 괴기 현상을 일으키는 등의 일로 개발을 저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한 손이 열 손을 막을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그들은 적었고, 그들이 기껏해서 사람들을 쫓아내더라도 일을 대신할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인간들을 방해하는 와중에도 그들에게 봄날이 왔고, 번식에 힘을 쓰느라 그들의 열의도 시들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시코쿠로 유명한 변신술의 달인을 모시러 간 사자 한 명이 시코쿠의 장로 세 명을 데리고 왔고, 다시 한번 그들의 열의는 불타올랐습니다.
요괴대작전의 시작
너구리들은 결국 인간의 힘으로 파악할 수 없는 비이성적인 일에는 인간들은 굴복하게 될 수 밖에 없으며, 그런 인간들의 마음을 조종하면 개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함으로써, 요괴대작전을 실시하게 됩니다. 요괴 대작전은 일본의 많은 민담, 신화 속의 요괴들이 나와서 행진하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이 애니메이션의 백미라고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진상규명이 진행될수록 사람들이 본 것은 착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걸 인정할 것이다.
아무리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해석도 수수께끼를 풀 수 없다는 걸 깨달으면
인간은 자연의 힘에 놀라 자신들이 미미한 존재라는 걸 알게 되지
그러나 그들의 바람과는 달리, 요괴대작전은 '원더랜드'라는 곳에서 벌인 무허가 퍼레이드로 발표가 됩니다. 영상 자료가 전혀 존재하지 않아 곧 TV에서도 시들해지고 맙니다. 너구리들은 낙심하고 말았고, 인간 저지에 대한 열의도 다시금 시들해집니다.
그 와중에 너구리들 사이에서 새로운 의견이 나타나면서 그들의 단결력도 힘을 잃고 말았습니다. 곤타와 강경파는 최후로 인간들에게 저항을 하다가 종국에는 인간들에 의해 사살되고 말게 됩니다. 결국 너구리들은 인간들에게 패배하고 만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너구리들은 그들이 패배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마지막으로 인간들과 겨루고자 합니다. 그들은 힘을 모아 변신술을 이용해 자연이 파괴되기 전인 옛날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감동적이었던 것이 제일 마지막 부분이었습니다. 자연이 파괴되고 도시가 생기기 전에 대한 인간의 근본적인 향수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할까요? 워낭소리에서 할아버지와 소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던 것과 비슷한 감정이 흐른 것 같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인간들의 삶에서 변신술이 가능한 동물, 너구리나 여우는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변신술을 못하는 다른 동물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 준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어릴적의 향수때문에 보게 된 작품이었지만, 이제는 앞으로 결코 잊지 못할 애니메이션이 되어버렸습니다.
"변신할 수 있는 너구리는 괜찮지만, 보통 너구리는 어쩌란 말인가?"
"거기까지는 책임을 질 순 없겠지만, 종을 보존하려면 가능한 한 우수 유전자를 남겨야합니다. 여우들도 눈물을 머금고 변신 못하는 무리를 버렸습니다. 그리고…"
"멸망했겠지."
"맞습니다. 어쩔 수 없었어요."
- 너구리 장로와 여우와의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