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설,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리뷰
공중그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은 꽤 된 것 같습니다. 사실 공중그네에 대해서 알게 되었던 것은 책이 아닌 애니메이션이 먼저였습니다. 원래 애니메이션 보는 것을 좋아하는 인간이다보니까 자연히 이런저런 애니메이션을 알게 된 것이겠죠. 애니메이션은 보지 않았지만 공중그네라는 독특한 제목은 제 머릿 속에 박혀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 책이 애니메이션으로는 드물게 라이트 노벨이 아닌 일반 문학 책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일반 문학은 애니메이션으로 잘 안나온다는 편견으로 제가 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요. ^^)
이야기는 단순합니다. 정신과 의사인 이라부가 그에게 온 환자들을 상담하고 치료하는 과정을 쓴 것이 이 공중그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의사처럼 대단히 권위적인 모습이 아닌 동네 친구와도 같은 느낌으로 환자들에게 다가서고, 그들의 삶 속으로 파고듭니다. 그럼에도 그들에게 미움받지 않고, 오히려 환자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은 이라부만이 가진 독특한 분위기 때문일 것입니다. 뾰족한 물건을 두려워하는 야쿠자 중간보스, 언젠가부터 공중그네 묘기에서 번번히 실패하고 마는 곡예사, 자신의 장인이자 병원 원장의 가발을 벗기고 싶어하는 젊은 의사… 그들에게 이라부는 항상 멋진 처방을 내려줍니다.
정신과 의사인 이라부 이치로의 기행도 재미있지만,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 다른 한가지는 정신병에 대한 한국인과 일본인의 인식 차이였습니다. 책을 통해 옅볼 수가 있었는데, 일본인들은 한국인들처럼 정신병에 대해 심각하게 여기고 있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정신병에 대해서도 육체적인 질병처럼 대하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부럽더군요. 마치 감기처럼 우리가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질병처럼 말이죠. 작중에 곡예사인 고헤이의 아내가 남편보고 정신병이아니더라도 잠 잘오는 약이라도 맞고 오라고 가볍게 권유하고, 고헤이는 수긍하면서 병원으로 갑니다. 우리나라에서 아내가 남편보고 정신병있을지도 모르니까 정신과 가보라면 권유하면 어떻게 될까요? 왠지 그 이후가 상상이 됩니다. 말하기 쉽지도 않을 뿐더러 말하더라도 싸움날 확률이 더 클 것 같다고 생각되네요.
이 책은 제131회 나오키상 수상, 네이버·교보문고 네티즌 선정 올해의 책, 책따세 추천 '청소년 권장도서' 선정, 전국 주요서점 종합 베스트셀러인 책입니다. 하지만 그런 모든 장식들을 걷어내고 본다고 해도 분명 재미있는 책입니다. 가볍게 읽기에 딱 좋은 책이라고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