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설, 장 자끄 상뻬의 얼굴 빨개지는 아이
일에 치이다보면 소중한 것과 점점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 나도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 여러가지로 바쁘다보니까 친구들하고 만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가장 친한 친구라고 여긴 녀석과도 못만나고 있다. 평일에는 서로 일하는 시간이 달라서 못만나고, 주말에는 각자 다른 이유로 못만난다. 전역한지 두달이나 지났는데도, 얼굴 한 번 못본게 정말 아쉽다.
얼굴 빨개지는 아이는 장 자끄 상뻬라는 인물의 책이다. 그림 동화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로, 대화의 양과 책의 분량은 많지 않다. 나도 우연히 읽게 된 책이라 저자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산뜻한 그림, 익숙한 그림체, 간결한 글로 사랑받고 있다고 인터파크 도서는 말한다.
이에 공감하는 것이, 나도 이 책을 읽다보면 친구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책은 우리에게 주장하지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이야기를 해나갈 뿐이다. 그럼에도 공감이 가는 것은 위에 나열한 저자의 특징 때문이 아닐까?
책의 주인공은 마르슬랭이다. 마르슬랭은 항상 얼굴이 빨갛다. 남들과는 다른 특징을 가져 괴로울 법도 하지만, 그런 자신을 미워하지는 않는다. 세상을 원망하지도 않는다. 그저 남들과 다른 특징, 왜 얼굴이 빨간지 일일히 설명하기 싫어서 혼자가 되었을 뿐이다. 왜냐하면 마르슬랭도 그 이유를 모르니까. 이런 마르슬랭은 어느날 르네라는 소년을 만난다. 르네는 시도때도 없이 재채기를 하는 아이다. 왜 그런지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
남들과 공유할 수 없는 부분을 가진 두 사람은, 서로 닮은 특징 때문인지 급격하게 가까워진다. 그들은 항상 같이 놀고,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그것은 르네가 먼 곳으로 이사를 가기 전 까지 계속되었다. 르네가 사라지고 마르슬랭은 다시 혼자가 되었다. 그리고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 된 마르슬랭. 그의 얼굴은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눈에 띌 정도로 여전히 빨갛다. 이런 마르슬랭은 어느날 재채기 소리를 듣게되고, 그 소리의 주인과 만난다. 바로 르네다. 어른이 되어 재회한 두 사람은 다시금 급격하게 사이가 가까워진다.
콤플렉스를 갖고 살아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다. 하지만 작중 누구도 그런 콤플렉스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고통스러워 하지 않는다. 자신의 일부로 수용하고 담담하게 살아갈 뿐이다. 저자가 마르슬랭이라는 인물을 통해 투사한 세상은 밝고 깨끗하다. 두 사람이 헤어질 때 나도 가슴이 아팠고, 어른이 되어 만났을 때 나도 기뻤다. 그리고 그 두사람의 우정이 변치 않고, 더욱 깊어졌다는 사실에 감동했다. 진정한 우정이 무엇인지, 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주는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