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테러 라이브 감상

더 테러 라이브 감상 


더 테러 라이브 감상 - 1

 

 그 병맛같던 퍼시픽 림 이후에 재밌는 영화를 봤다. 하정우 주연의 더 테러 라이브. 한국에는 흔치않은 테러라는 소재를 가지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물론 중간에 과장된 부분이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결말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기대했던 것만큼은 해줬다. 하정우의 훌륭한 연기도 일품이었던 영화였다.

 

 타국에 대해 테러의 위협이 적은 나라 한국. 물론 북한과 국경을 마주한채로 휴전하고 있다던가, 각종 사이버 테러 등은 일어나지만 실재적으로 시민들의 생명을 빼앗는 테러에서는 거리가 멀다. 이런 한국에서 테러가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를 베이스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섞어냈다.

 국민 아나운서였던 윤영화(하정우 분)는 방송국 내의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자리에서 밀려나 데일리 토픽이라는 시사프로그램의 라디오 MC를 맡게 된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그에게 한 청취자가 다리를 폭파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다리는 폭파되고, 윤영화는 그 테러범을 하나의 기회로 생각한다. 실시간 생중계를 통해 떨어진 자신의 지위를 다시한 번 끌어올리려는 윤영화. 하지만 예상대로 되지않고 오히려 그의 생명이 위험에 처하게 되는데.

 


더 테러 라이브 감상 - 2

이렇게 깔끔하게 분장한 하정우의 모습은 거의 처음인 것 같다. 그의 이미지는 이런 말쑥한 모습보다는 거친 모습이었으니까. 그의 감정연기도 훌륭했다. 처음 테러범과의 연결에서는 자신만만한 모습을 잔뜩 보여주고,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해지는 그의 모습에 절로 감정 이입이 되었으니까. 중간중간 영화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숨죽이고 있던 것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의 매력적인 연기만으로도 영화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더 테러 라이브 감상 - 3

생중계가 진행되기 시작하면서 몰입은 극대화되기 시작했다. 테러범은 하정우의 이어폰에 쥐도새도 모르게 폭탄을 장치해놨다. 특정 행동을 할 때마다 소리를 내고, 나중에는 터지고야 말게끔 말이다. 테러라는 심각한 위협 속에서도 비교적 가벼운 마음을 갖고 있던 윤영화는 그 때부터 단순한 테러를 넘어서 실재적인 위협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테러범의 기분에 따라 한순간에 자신의 목숨이 왔다갔다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더 테러 라이브를 보면서 가장 집중했던 부분은 각 인물들의 행동이 아니었나 싶다. 서로 각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그들의 모습에 사회의 추악한 모습을 다시한 번 느낄 수 있었다고 할까. 윤영화와 서로 호형호제하는 국장은 결국에는 방송국의 이익을 위해서 윤영화를 버린다. 또한 경쟁 방송국 소속 앵커는 테러범의 협박이라는 말로, 테러의 위협 속에서 윤영화의 과거를 캐내어 전국민 앞에서 윤영화를 몰아붙인다. 청화대에서 나온 사람들도 그들의 이익을 위해 윤영화를 조종하려고 한다. 여러 세력의 압력과 실재적인 생존의 위기 속에서 느껴지는 그의 불안함, 초조함을 잘 표출한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다.

 내용면에서는 허술한 면도 많았지만, ‘테러’라는 주제에 집중해서 본다면 볼만했던 것 같다. 테러범이 폭탄을 얻을 수 있게 된 경위, 폭탄을 이어폰에 심어 자신의 목표가 그 이어폰을 사용하게 한 것도 이상했던 부분 중 하나였지만, 경찰청장이 나와서 까부는 모습은 너무 작위적이었다고나 할까.

 경찰청장은 작위적인 모습이 오히려 빛을 발했던 것 같다. 테러가 일어나기 겨우 몇일전에 비리 사건에 연루되었던 인물이 정의를 외치면서 테러범을 꼭 잡아죽이겠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러니를 느꼈으니 말이다.

 또한 범인과 경찰청장이 통화할 때 테러범이 “국민이 다 모를 것이라고 너만 생각하고 있다.”라는 말을 듣고 한국의 모습을 다시한 번 돌아보게 되었다고나 할까.

 테러라는 심각한 위협을 앞에뒀지만 실질적으로 자신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그 앞에서 주판을 굴려대는 군상에 안전 불감증과 극심한 이기주의를 엿볼 수 있었다. 심지어 테러범조차도 자신은 인질들을 살리기 위해 구출을 허락했다느니 하는 모습을 보면서 허탈감까지 느꼈다.

 마지막에 정부측에서 윤영화를 사회적으로 매장시킴으로써 테러 사건을 어물쩍 넘어가려고 하는 것을 보고 한국의 모습을 너무도 잘 나타냈다고 생각했다. 이번 국정원 물타기라던가 과거에도 큰 일만 일어나면 특정 이슈를 통해 은근슬쩍 넘어가는 모습을 많이도 봤기 때문이다. 영화나 현실에서나 국민들을 속여넘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나라다. 깨끗하고 청렴한 사람들이 정치를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근데 그날이 과연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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