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SNS를 뜨겁게 달군 게임이 있습니다. >>돌연사<<로 유명했던 '살아남아라! 개복치!'.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서 6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으며, 덕분에 게임의 개발자는 작년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강연까지 펼치기도 했었죠. 그 개복치의 개발사인 SELECT BUTTON에서 새로운 방치형 게임인 헌트쿡을 출시했습니다.
헌트쿡은 요리 재료를 모아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게임으로, 기존 게임들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야생요리 전문 레스토랑'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들고 왔습니다. 플레이어는 야생요리를 얻기 위해서 직접 '사냥'을 해야하며, 사냥과 조리를 반복하면서 손님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게임입니다.
전작인 개복치는 레트로풍의 픽셀 이미지가 강하게 떠오르는 게임이었는데, 이번에 새롭게 출시한 헌트쿡은 같은 개발사가 맞는가? 싶을 정도로 다른 색채를 보여줍니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그래픽
좀 더 화려하고, 좀 더 멋지게. 그 동안 모바일 게임이 추구하는 가치를 보면 대부분 이쪽 방향을 지향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개복치가 대충대충인 것 같은 그래픽에도 크게 성공한 것처럼 성공에 있어 '반드시'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헌트쿡도 그런 마음으로 만들었는지 화려하기보다는 따뜻한 색채의 파스텔풍의 그래픽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와 어울리는 편안한 BGM과 아기자기한 SD캐릭터들은 눈에 확 띄는 화려함은 부족하지만,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따뜻한 이미지를 자랑합니다.
▲ 따뜻하면서도 아기자기한 그래픽
이런 분위기는 계속해서 게임 속에서 드러납니다. 이 게임을 처음 접했을 때는 '사냥해서 요리하는 과정'을 어떻게 보여줄지 걱정되었습니다. 잡은 동물들이 바로 먹을 수 있는 고기가 되는 마술을 부리지 않는 이상 해체하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나올텐데 이걸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걱정되었죠.
그러나 헌트쿡에서는 그런 잔인(?)한 부분도 적절하게 잘 넘기고 있습니다. 시바견 점장과 인간 셰프라는 조합을 활용하여 사냥부터 해체까지 유머러스하게 넘어가게 됩니다. 오히려 해체 과정에서는 실생활에는 별로 쓸모 없는 지식도 얻을 수 있죠.
▲ 사냥에서 해체까지. 아기자기함은 여전하다.
야생 동물을 조리하여 손님에게 대접하자
이제 사냥이라는 액션 파트가 끝났으면, 방치형 요소가 듬뿍 들어간 조리 파트로 넘어갑니다. 레스토랑에 온 손님들에게 음식을 조리해서 대접해야하는데, 재료가 준비되었으면 터치해서 레시피의 음식을 조리합니다. 이렇게 조리된 음식은 손님들에게 대접하거나 상점에 팔 수 있습니다. 요리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완성되는데 고레벨의 요리일수록 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 요리를 만들어서 손님들에게 대접하자.
동물들을 사냥하고 조리하여 손님들에게 대접하면서 레벨을 올리고 다양한 동물들을 사냥하면서 조리하여 레스토랑을 키우는 것이 이 게임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게임에 등장하는 황금 뼈다귀, 야채할배, 삼식이 등의 요소들을 활용하여 재료를 얻고 새로운 레시피를 확보하는 식으로 플레이를 해야합니다. 혹은 재료 상점에서 모자란 재료들을 구매할 수도 있겠네요.
단조로운 게임 구성이 아쉽다.
그러나 이 게임도 아쉬운 부분은 존재합니다. 작년에 유행했던 거지키우기를 알고 계시나요? 방치형 게임으로써 병맛 이미지에 별것도 아닌 것 같은 게임이 많은 유행을 끌었죠. 거지가 구걸로 재벌이 된다는 독특한 설정도 있지만, 방치형 게임으로써 클릭과 방치를 적절하게 조화한 것도 그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헌트쿡에는 이런 부분이 굉장히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끊임없이 터치하면서 돈을 모으고 사고팔면서 조작을 할 수 있었던 거지키우기와 달리, 단 3회의 사냥 기회(1시간의 쿨타임)와 고레벨로 갈 수록 조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져서 그 사이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 이제 뭐하지? 뭐하긴 뭐해 종료해야지
물론 이것은 셀렉트 버튼에서 의도한 것입니다. 방치형 게임답게 장기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인데, 너무나도 단조로운 구성 때문에 이 구간에서는 많은 지루함이 느껴진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거지키우기에서 남는 시간동안 터치를 하면서 돈을 모으고, 그림과 부동산을 팔면서 시세차익을 노리는 등의 플레이가 가능했던 것과 달리 헌트쿡은 이 시간에는 손가락만 빨면서 구경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죠. 결국 자연스럽게 게임을 종료해버리게 됩니다.
조리와 사냥 사이에서 플레이어들이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을 집어넣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절로 생기게 되더군요.
▲ 이런 요소들을 더 강화시켜서 즐길거리를 만들었다면...
그렇지만 따뜻한 게임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헌트쿡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편안한 분위기'. 게임을 종료한 뒤에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게임에 손이 가는 것은 헌트쿡이 가진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게임의 구성은 바꿀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유저가 따뜻함에 이끌려서 클릭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사냥→조리→종료'의 패턴이 계속된다면 자연스럽게 질릴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따뜻함만으로는 부족해보입니다. 돌연사라는 무기로 유저들을 후킹했던 개복치처럼 유저들을 후킹할 헌트쿡만의 무기가 생기길 조심스럽게 기대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