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리뷰 - 얼어붙은 세상을 녹이는 시간

겨울왕국은 디즈니 최초의 여성 감독이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쿵푸 팬더2를 제치고 역대 흥행 애니메이션 1위가 되었을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끈 겨울왕국을 감상한 후기이다.

디즈니 최초의 여성 감독 제작

어제 네이버 뉴스를 보니, 겨울왕국이 쿵푸 팬더2를 제치고 역대 흥행 애니메이션 1위가 되었다고 한다. 인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 이 글을 쓰는 본인도 겨울왕국을 2번이나 봤고, 3D로도 보러 갈 예정이다.

이렇게 흥행하다보니 제작한 감독에 대해서도 사람들의 시선이 가고 있는데, 무려 디즈니 최초의 여성 감독인 '제니퍼 리'가 감독했다고 한다.

딱히 감독의 성별을 구분하는 건 아니지만 겨울왕국을 감상하는 내내 영화 속 여성의 지위와 역할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그만큼 영화 속 곳곳에 메시지를 배치해 놨기 때문이다. 나중에 동생에게서 감독이 여자라는 말을 듣고 속으로 '역시나'라고 생각을 했다.

영화 속 여성의 위치

작품 곳곳에 여성의 위치변화를 보여주는 모습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러한 메시지는 엘사와 안나 두 주인공이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엘사와 안나, 두 명의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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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엘사와 안나는 모두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 엘사는 어릴 적 마법으로 동생을 해칠 뻔한 기억이 트라우마가 됐다. 성년이 되어 여왕으로 즉위하기 전까지 방 안에서 누구와도 접촉을 하지 않는다.

반면 안나는 유일한 자매인 언니에게 죽을 뻔한 기억을 잊은 채, 닫힌 성 속에서 다른 사람의 사랑을 갈구하면서 유년 시기를 보낸다.

이런 안나의 모습은 처음 본 한스 왕자와 하룻밤만에 사랑에 빠지게 되는 개연성이 된다. 안나는 한스 왕자에게서 애정을 갈구하며 엘사에게 한스 왕자랑 결혼하겠다는 말을 한다. 로미오와 줄리엣만큼이나 빠르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사랑에서부터 비극까지가 일주일만에 일어났는데, 그 못지 않은 속도다.

네가 진정한 사랑을 알아?

안나가 엘사에게 한스 왕자와 결혼하겠다고 말하는 걸 엘사는 이해할 수 없다. 그녀는 자신의 힘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여왕 즉위 전까지 스스로를 유폐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야기의 핵심 주제가 나온다.

엘사는 안나에게 "네가 진정한 사랑을 알아?"라고 묻는다. 결국 이야기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야지 끝난다는 것이다.

엘사의 이야기

자신의 희생을 알아주지 못하는 철부지 동생을 보며, 엘사는 심적 동요를 감추지 못하고 그 동안 숨겨왔떤 마법을 드러내고 만다. 이후 그녀는 스스로에게 실망하면서 사람들 사이에 섞이는 것을 피해 모든 것을 버리고 북쪽 산으로 도망쳐 버린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특징 중 하나가 뮤지컬적인 요소이다.

엘사가 북쪽 산에 도착해서 성을 짓는 장면을 Let it go라는 음악을 통해 표현한다. 힘겨운 삶을 살아왔던 엘사가 자신을 옭아매던 모든 짐을 벗어던지고 자유롭게 되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모습에서 감동과 더불어 다시한 번 진취적인 여성상을 느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가 남아 있다. 모든 짐을 벗어던지고 해방감을 느꼈지만 결국 그건 도피일 뿐이지 자유로워진 것이 아니다. 결국 그녀가 벗어던진 짐들로 인해 왕국이 얼어붙게 되고 안나가 엘사를 찾아나서게 된다.

안나의 이야기

엘사를 찾기 위해 동생인 안나는 북쪽 산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 와중에 크리스토프라는 유쾌한 얼음 장수와 만나 동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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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남자 주인공의 역할은 짝이 되는 왕자 한 명이다.

그런데 안나와 함께 노래까지 불렀던 한스 왕자가 아닌 또 다른 남자가 등장하고 비중이 커지는 장면에서 혼란을 느꼈다. 그러나 점점 그의 비중이 커지게 되고, 숨겨져있던 복선이 밝혀짐에 따라서 이해가 되면서 재밌어지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크리스토프는 한스와는 배치되는 인간이다. 왕자가 아닌 일반 평민이고, 평생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면서 살아왔다.

보통 동화에서 공주는 왕자를 기다리고 구원받는 역할이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나 백설 공주 등 모두 마찬가지다. 신데렐라에서도 여성은 도망칠 뿐, 결국 왕자님이 찾아내서 결혼하게 되는 이야기가 아닌가.

반면 겨울왕국에서는 공주가 모험을 떠난다. 이는 오직 다른 사람의 사랑만을 갈구했던 소녀가 빈곤한 얼음 장수를 만나 함께하면서 생각의 틀을 깨게 되면서 자신의 행동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된다.

결국 영화의 말미 그녀는 자신이 갈구했던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그녀가 얼어붙을 위기에 처했을 때 그녀를 구한 것은 맹목적으로 애정했던 한스 왕자도 아니고, 영화 내내 동행했던 크리스토프도 아니었다.

그녀가 찾은 진정한 사랑은 바로 가족애. 자신의 죽음과 언니의 죽음이 동시에 일어났을 때, 죽음을 도외시하고 언니에게 달려가 칼날을 대신 맞은 희생이 결국 자신보다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진정한 사랑의 표현이었으며, 남들에게 구원받지 않고 스스로의 행동으로 진정한 사랑의 행동을 함으로써 삶을 거머쥐게 된다.

약방의 감초, 올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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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에서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는 것이 눈사람 올라프이다.

겨울은 어떻게보면 황량한 사막과 같이 흰색의 눈과 얼음으로 차갑고 단조로운 이미지 밖에 전달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심심함을 올라프라는 익살스러운 캐릭터를 통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구간들을 지루하지 않도록 만들어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한 올라프라는 캐릭터 자체도 한국인이 디자인한 캐릭터라고 하니,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캐릭터인가!

아쉬운 스토리 개연성

그렇다면 영화의 단점이라고 하면 무엇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스토리의 빈약함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을 통해서 한스 왕자나 위즐튼의 공작이 나쁜놈이라고 하지만, 그들을 나쁘게 만드는 것에 대한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위즐튼의 공작은 시작부터 계속해서 겨울왕국(아렌델)의 오랜 교역국이라는 것을 강조하는데, 이러한 국가에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여왕의 비밀을 파헤치려고 하고, 엘사를 죽이려고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등장 자체도 한스 왕자의 비밀을 덮기 위해 악역 역할로 나온 것 같은데, 그에 대한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한스 왕자 또한 나쁜 놈 코스프레를 하지만 영화가 끝나면서도 찝찝함이 남아있었다. 영화를 통해서 보여지는 한스 왕자의 선한 모습이 너무 강렬해서 그런지 갑작스럽게 말 몇마디로 악당이 되는 것에서 개연성을 느끼기 힘들었다고 할까. 그의 행동을 이해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왕이 되기 위해서라지만 안나나 엘사와 피가 섞이지 않는다면 그는 전형적인 타국의 왕자에 불과하다. 그것도 아무 실권도 없는 승계서열 최하위.

그런 자를 왕으로 올릴 귀족들은 없다. 차라리 왕실의 방계 혈통을 찾아 허수아비 왕으로 만드는 게 더 현실적이었을 것이다.

영화 내내 왕국의 귀족들은 아무런 존재감이 없고, 타국의 인물인 한스 왕자나 위즐튼 공작이 설치는 아사리판이 되었다. 이런 면에서 영화는 전체적인 스토리는 튼튼하지 않았지만, 감정에 호소하는 능력이 몹시 뛰어나 크게 흥행했다고 생각된다.

눈과 얼음을 통해 화려한 영상미를 보여줬으니 말이다. 작품 속에서 안나가 엘사를 찾아가면서 언니의 마법에 대해 투덜거리면서 겨울이 아니라 여름이었으면 얼마나 웃겼을꺼냐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실제로 여름이었으면 땀만 뻘뻘 흘리면서 그다지 재미는 없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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