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이미 쿵푸 팬더를 봤었겠지만, 저는 개봉한지 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쿵푸 팬더를 보게되었습니다. 이미 슈렉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드림웍스의 작품이라길래 기대도 많이 했고, 재미있게 봤습니다.
개성넘치는 의인화 된 동물들
쿵푸 팬더의 주인공은 당연하겠지만 팬더입니다. 팬더하면 떠오르는 것이 뭐가 있을까요? 우리는 흔히 팬더라고 하면 뚱뚱하고, 먹을 것을 밝힐 것 같은데다 한쪽 눈은 멍들어 있는 동물을 연상할 것입니다. 주인공 포는 우리가 팬더를 보면서 연상하는 팬더의 특징을 다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에게 매우 친숙하고 익숙한 캐릭터가 될 수 있었죠.
▲ 뚱뚱하고 먹을 것을 밝히지만 쿵푸의 고수가 되길 원하는 주인공 '포'
그리고 또다른 캐릭터들인 무적의 5인방의 존재도 흥미롭습니다. 시푸 사부의 수제자인 몽키, 멘티스, 크레인, 바이퍼, 타이그리스는 중국의 권법들인 후권, 당랑권, 학권, 사권, 호권을 대표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권법들은 의형권이라고 불리는 것들로써 중국을 대표하는 권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권법들이죠. 인간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강력한 동물들의 움직임을 본따 만든 것이 의형권이라고 하니까요.
▲ 우리가 바로 무적의 5인방
이외에도 이 모든 존재들을 가르키는 사부인 시푸는 랫서 팬더를 의인화 한 것이고 대사부라고 불리는 우그웨이 대사부는 거북이를 의인화 한 것입니다.
쿵푸 고수가 되고 싶어하나 그럴 수 없는 팬더
포는 쿵푸 고수가 되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산적해있습니다. 그의 많은 살과 국수 가게의 뒤를 이어야한다는 현실적인 요건, 그리고 아버지의 기대가 그 자신을 무겁게 누르고 있기 때문이죠.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자신의 꿈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모습이 마치 우리의 모습과도 같아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연적인 상황이 겹치고 우그웨이 대사부라는 초월적인 존재의 힘이 있었지만 결국 이 모든 문제들에서 벗어나서 쿵푸 팬더가 될 수 있었던 포가 우리에게 더욱 사랑받는 것이 아닐까요?
쿵푸를 배우고 싶나?
네
그럼 내가 네 사부이다.
나쁜 것이 과연 타이렁일까?
그러면 본론으로 들어와서 타이렁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타이렁은 작중에 나오는 악당으로 표범을 의인화한 캐릭터입니다. 버려졌던 갓난아이를 시푸 사부가 발견해서 키웠는데, 그 아이가 바로 타이렁이죠.
▲ 악당 타이렁도 이렇게 순진무구하고 귀여울 때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타이렁은 왜 타락하게 되었고, 왜 자신의 아버지와 같은 시푸 사부를 저버리고 말았을까요? 바로 용문서 때문입니다.
이 용문서는 도대체 언제부터 있었고,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요? 여기에 대해서는 우그웨이 대사부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작품 속에서 우그웨이 대사부는 세상의 조화를 가르치고, 쿵푸를 만들어 낸 존재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알고 있는 거북이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거북이는 대단히 장수하는 생물입니다. 실제로 거북이의 수명은 140년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또한 고대에서부터 거북이를 장수하는 존재로 여겨왔죠. 사람들에게 거북이라는 생물은 장수와 인내를 상징했습니다. 이런 거북이의 특성 때문에 사람들은 거북이를 상서로운 존재로 여겼고 거북이가 천년을 살면 용이 되어 승천한다는 말도 생길 정도였습니다. 이런 거북이의 특성이 쿵푸 팬더에서도 나타납니다. 작중에 대사부인 우그웨이는 대단히 장수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렇게 오래 살아왔기에 그가 세상의 조화를 가르치면서 쿵푸를 가르치고 용문서를 만들어 대사부라고 존경받을 수 있는 존재가 된 것이겠죠.
하지만 그렇다면 가장 큰 잘못은 우그웨이 대사부에게 있는 것이 아닌가요? 개인적으로 저는 고자의 성무선악설과 로크의 백지설을 지지하는 편입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처음부터 선할리 없고, 처음부터 악할리가 없다는 것이 제 생각이죠. 만약에 인간에게 본성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생물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본능적인 것들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선하고 악하다고 생각할 수는 없지 않나요? 타이렁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 이 순진무구한 아기가 날 때부터 악당이었다는 생각은 하기 어렵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시푸 사부의 곁에 있었고, 대나무같은 시푸 사부의 성격으로 봤을 때 그가 나쁜 것을 가르쳤을리는 없습니다. 타이렁이 태어날때부터 선천적으로 머리에 이상이 있는 존재(우리는 사이코패스라고 하죠.)가 아닌 이상에야 말이죠.
타이렁의 세계는 시푸 사부, 우그웨이 대사부, 쿵푸로 이루어져 있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좁고 편협한 세계 속에서 타이렁이 볼 수 있었던 것은 정말로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그 비좁은 세계에서 살아온 타이렁이 용문서를 목표로 한 계기가 시푸 사부에게 칭찬을 받고 싶어서 용의 전사가 되려고 했었다고 생각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또한 자신의 아버지나 마찬가지였던 시푸 사부 또한 타이렁이 용의 전사가 되길 원했을테고, 용문서는 타이렁에게 목표가 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타이렁이 용의 전사가 되는 것을 우그웨이 대사부가 거절했을 때, 타이렁에게는 온 세상이 무너진 것이나 다름이 없지 않았을까요? 어렸을 때부터 그 비좁은 세계 속에서 살아온 타이렁에게 용문서의 비중이 얼마나 컸을지는 상상도 못하겠습니다.
시푸 사부의 기대, 용문서, 쿵푸의 극이나 마찬가지인 용의 전사. 그의 세계가 얼마나 좁고, 그 좁은 세계에서조차 버림받은 타이렁이 저는 오히려 가엽기까지 했습니다. 타이렁의 성격이 비뚤어진 것도 당연한 것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 이 비어있는 종이 한 장을 위해 살아왔단 말인가?
우그웨이 대사부가 타이렁에게 용문서를 보여주고, 그에 관련해서 단 한마디라도 해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타이렁은 비뚤어지지 않았을테고, 평화의 계곡은 쑥대밭이 되어버리지 않았을테죠. 또한 타이렁이라는 희대의 악당이 세상에 출현하게 되는 일도 없었을테고, 오히려 타이렁에 의해서 세상이 지켜질 수 있었을 수도 있겠죠. 이 비어있는 한장의 종이를 위해 살아올 수 밖에 없었던 타이렁을 동정합니다.
▲ 모든 일의 원흉인 우그웨이 대사부는 유유히 승천…